KAIST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정상세포처럼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결정적 순간에 작용하는 ‘분자 스위치’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KAIST는 지난 2월 5일, 조 교수팀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순간인 ‘임계 전이(Critical Transition)’를 포착하고, 이 과정을 분석해 암세포화 진행을 되돌릴 수 있는 핵심 분자 스위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임계 전이는 물이 100도에서 수증기로 바뀌듯, 세포 상태가 갑자기 변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암도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화가 누적되다 특정 시점에 갑자기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뀐다. 연구팀은 이 순간 세포가 불안정한 과도기 상태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때 정상세포와 암세포 특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가 잠깐 존재하며, 이 시점을 잘 활용하면 암세포가 되는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조 교수팀은 이 과도기 상태를 시스템 생물학 기법으로 분석해, 암세포가 되기 직전의 분자 변화 패턴을 찾아냈다. 그리고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이 시점에 작용하는 분자 스위치를 예측하고, 컴퓨터 모델로 시뮬레이션했다. 이후 실제 대장암 세포에 이 스위치를 적용한 결과,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성질을 되찾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조광현 교수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기 직전, 돌이킬 수 있는 임계 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는 암세포화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 네트워크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박사 연구원들과 박사과정생, 그리고 서울대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특히 대장암 환자의 장 조직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3차원 세포 조직)를 사용해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월 22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하의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향후 다양한 종류의 암에 대해 세포를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